2017년 8월 21일 월요일

파이란 내가 살던곳이라 더 재밌게 봤어요

파이란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참 많이 불었다.
그 바람에 비냄새가 섞여 있어 영화로 인해 쓸쓸했던 기분이 더욱 더 쓸쓸해져 버렸다.
이 영화는 왠지 보고 싶지 않았었다.
잘 되었다는 입소문을 참으로 많이 들었건만.
왠지 보면 안 될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영화였다.
그 기분은 맞았다.
영화를 보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우울함이 좀처럼 가시질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인생에 대한 목표를 뚜렷이 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보다는.
하루하루를 기쁘면 기쁜데로. 슬프면 슬픈데로. 바쁘면 또 그냥 바쁜데로
그렇게 그냥저냥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강재는 그냥저냥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조금 더 아무생각없이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었을테지요.
친구이자 보스인 영식의 말대로 그는 깡패를 업으로 삼기에는 여린구석이 많고.
끈기가 없어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기에 양아치가 되었답니다.
새카만 후배들한테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실패한 자신의 인생을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기 두려워 그리운 고향에도 가지 못하는 그는 영식의 살인죄를 덮어쓰면 배 한척을 사주겠다는 제의에 잠시잠깐의 금의환향의 유혹에 10년의 인생을 담보잡히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날 낯선 아내의 부고를 듣고 짧은 여행을 하게 된답니다.
그곳으로 가는 도중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아내의 얼굴도 알게되고.
이름도 알게되고 그사람가 예전에 부쳤으나 그에게 도착하지 않았던 편지도 읽게 된다.
강백란......파이란이라는 이름의 그사람는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강재씨가 사회에서 가장 친절한다......결혼해 주셔서 감사한다’라고 그에게 전했다.
강재는 그 편지로 인해 얼굴도 이름도 몰랐었던 그 아내의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고 슬퍼하게 된다.
싸늘하고 창백한 시신으로 처음 얼굴을 마주한 그사람.
아무리 열심히 살아가려 해도 외롭고 쓸쓸하여 고단한 삶에 강재의 증명사진을 유일한 벗하여 알게되고 감정하게 되어 그 마음으로 더욱 외로웠던 그사람.
죽음에 앞서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에 조차도 강재씨가 가장 친절하다며..... 님의 아내로 죽어도 괜찮겠느냐고..... 님을 보고 있는사이 멜로하게 되었다던 그사람.......파이란.
강재는 그사람로 인해 후배들에게조차 무시받고 비아냥 받는 이름의 ‘강재씨’가 아닌.
따뜻하고 다정한 이름의 ‘강재씨’로 살아가려 한다.